현월

@ Monday_moon_

사말 / 현월 / 룔

영원한 미래를 꿈꾸며 살아가는 법.

라헬 > 요하네스

 

내가 살아온 세상은, 나에게 그렇게 다정한 세상이 아니었어. 가족은 평범했다지만, 주변에는 이기적인 사람들이 가득했고, ...뭐, 제4 주거 지역이라는 게 그렇잖아. 다들 어디 한 군데는 찌들어 있는 족속들이야. 좋은 말은 꼬아 듣고, 선의를 보이면 뒤통수를 칠 생각에 급급한 인간들. 나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어. 나는 저들과는 다른 사람이야. 그렇게 속으로 몇 번이고 되뇌였어. 하지만, 알잖아. 주거 지역을 함부로 옮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살아갈 세상에서 그들을 빼면 아무도 안 남는걸.

 

그러다 보니 언젠가부터, 깨닫게 되었어. 나는 내게 다가오는 모든 사람에게 벽을 치고 있었다는 것을. 나는, 나를 혼자 고립시키고 있었다는 것을. 그렇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어. 나는 자립적인 사람이라서, 성인이 되어 독립해서 홀로 살아가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거든. 주변 사람들과 적당한 관계를 맺고 적당히 지내면서, 누구하고도 깊게 사귀지는 않았지만, 이대로 딱 좋다고 생각했어. 언젠가부터 죽음에 대해 생각하기 전까지는.

 

내 가족은 슬퍼해주겠지. 그렇지만 나는 가족과 그렇게 끈끈한 유대를 가지고 있지 않아. 사이가 나쁜 건 아니지만, 특별히 좋은 것도 아니지. 그들은 슬퍼하겠지만, 나의 부재가 그들에게 특별하게 느껴지지는 않을 테고, 결국 그들은 이겨내고 잘 살아갈 거야. 나도 그러기를 바라고 있고.

 

그럼 누가 나를 기억해 줄까.

나는 다른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언제까지 살아있을 수 있을까.

모두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면, 그러면, 내가 있었다는 사실은, 살아왔다는 사실은. 세상에 남아 있지 않을 텐데.

 

...피차 이기적인 주제에, 이기적인 부탁이라고 할 필요는 없어.

 

나는,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것까지는 바라지도 않아. 마음을 깊이 주고받지 않아도 돼. 꼭 좋은 관계로, 좋았던 일들만을 기억해줄 필요도 없어. 머리채를 잡고 싸웠던 기억이 전부더라도 상관없으니까, 나는... 잊히고 싶지 않아. 친우로든 악우로든, 누군가에게는 평생을 안고 가야 할 상처가 되고 싶어. 요하네스 씨는, 그렇게 해주겠다고 말하는 거야? 나는 요하네스 씨가 눈뜨고 밤을 지새우며, 삶이 피폐해진다고 하더라도 꿈에 나타나서 이제 됐으니까 그만하라고 말리지 않을 거야. 오히려 더 하라고 부추기면 부추기겠지. 그럴 각오, 되어 있는 거라고 생각해도 돼?

 

그렇다면, 나는... 이 군번줄을 기쁘게 받을게. 그리고 당신이 죽더라도, 내가 잊는 일은 결코 없을 거야. 그렇게 끝까지 살아남을게.

 

...이안 로이스터 씨.

 

이건, 라헬이 아니라... 이련으로서의, 약속이야.

 

'1차 > 자캐 이것저것'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서  (0) 2026.07.12
우먀  (0) 2026.07.12
D  (0) 2026.04.25
TRPG 정리  (0) 2026.04.14
커뮤캐 정리  (0) 2024.01.24